우리나라가 멸종위기 동식물에 대한 국제협약에 가입한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습니다.
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는 멸종위기 종의 실태를 허욱 기자가 밀착취재 했습니다.
[리포트]
토끼 같은 포유류부터 각종 파충류까지 다양한 종을 보고 만질 수 있는 체험형 동물 카페.
아이들은 호기심 가득찬 눈으로 거북이를 쳐다보다가 등껍질을 쓰다듬습니다.
체험시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가타 거북인데, 멸종위기 동물입니다.
[동물 카페 관리자]
"(멸종위기종은 따로 관리하는 건 없어요?)
네. 그런 건 없고요. 신고만 해서 이렇게 관리만…"
허가받은 수입업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멸종위기 동물매매.
[현장음]
"(방사 거북도 있어요?) 예쁘게 생겼는데 못 팔아요. 묶인 지 오래됐어요. 그건 갖고 있어도 벌금 물어요."
하지만 실제로는 온라인 공간을 매개로 밀거래 수준의 거래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.
[녹취]
"카페에 글 올리셔서 전화 드렸는데요. (네) 방사 거북 관심 있어서요."
판매자를 따라가자 컨테이너 창고가 나타납니다.
문을 열고 들어가자 컨테이너 한 구석에 있는 작은 사육시설에 거북이 다섯마리가 웅크리고 있습니다.
[현장음]
"이 녀석이 수컷이고, 이 녀석이 암컷이에요."
물을 뿌려주자 등껍질에 반짝반짝 방사 무늬가 펼쳐집니다.
멸종위기 1급 파충류, 방사 거북입니다.
[현장음]
"(올리신 건 4천만 원이던데.) 말씀해 보십시오. (3천5백만 원?) 진짜 원하면 그 가격에 드릴게요. 두세 마리만 태어나도 들고 가신 거 돈이 다 빠지실 건데."
단순 동물 애호가라기보다는 주로 영리 목적으로 밀거래가 이뤄진다는 겁니다.
일부 밀수 사실도 털어놓습니다.
[현장음]
"사실 한 마리는 서류 없어요. 찌르면 걸립니다."
관련 서류 확인요건과 사육시설신고 기준이 강화됐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.
[현장음]
"(시설 신고만 하면 상관없는 거죠?) 제 생각엔 시설도 필요 없을 거예요. 그냥 양수 서류만. (잘못했다가는 벌금 낼 수 있잖아요.) 아니요. 서류가 다 있는데요. 시설이라고 해봤자 공무원들이 나오지도 않고."
담당 기관도 관리 소홀을 인정합니다.
[환경당국 관계자]
"관리는 우리의 몫이긴 한데 지금 관리가 안돼서 저희도 고통스럽기는 해요."
부화한 성체가 되기 전에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지기도 합니다.
[대형 동물원 관계자]
"앵무새나 조류 같은 경우는 알 형태로 들여와서 부화시키고 유통하기 때문에 아직도 일부 적발되고…"
그러다 보니 많은 거래는 대면접촉 없이 점조직식으로 진행됩니다.
[동물 수입업자]
"'일본 원숭이 한 마리를 사겠습니다'라고 말하면 그 사람이 '200만 원입니다. 통장에 입금하십시오' 그럽니다.
돈 입금하면 얼토당토 않는 지하철이나, 고속버스 물품 보관함에 (동물)집어 넣고 전화 온다니까."
취재 도중 일부 체험형 동물원이 멸종위기종 불법 관리의 온상이라는 증언도 나왔습니다.
[현직 동물원 사육사]
"불법으로 밀수돼서 따로 사육되고 있던 개체를 사오는 거죠. 그렇게 바꿔치기해요. 공무원이 조사를 나오더라도 알 수도 없고. 조사도 안 나오고요."
부실한 관리 속에 멸종위기 동물들이 언제 어디로 사라지는지 추적이 안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.
[이형주 / 동물복지문제연구소 '어웨어' 대표]
"국제적 멸종위기종 같은 경우는 유전자 등록을 해야되요. 그거를 수년 전부터 얘기를 하거든요. 시설만 등록하면 뭐해요. 여기 있는 동물이 누군지도 모르는데요."
채널A 뉴스 허욱입니다.
wookh@donga.com
연출 : 김지희
구성 : 지한결 손지은
그래픽 : 안규태